[Think] 나는 다시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Cover image

나는 다시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올해 봄에 있었던 이직 제안에 대한 생각과 그로 인해 바뀐 회사 생활에 대해 간단하게 회고합니다.


나 자신에 대한 반성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개발자라는 직업은 꾸준히 공부와 성장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거보다 현재, 일함에 있어서 게을러졌다는 생각에 많은 반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image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 중.

과거 나에게 약속했던 매일 공부는 하고 있었지만, 이와 별도로 회사 일에서 내가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젊을수록 더 목숨을 걸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나, 과거보다 현재 회사 일이 많이 편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일이라는 것이 적응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재택 근무는 나에게는 이르다.

20년도 6월, 25살, 대학교 기말고사 치기도 전, 지금 회사에 들어와 재택근무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무렵 8월부터는 재택 100%로 전환이 되었고, 올해도 꾸준하게 재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출근을 어느 정도 해서 지금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image

풋풋한 개발자 (2년 전).

처음 업무를 배울 때, 재택근무는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아직은 배울 것이 많은데 회사였다면 옆자리에 가서 하나만 슬쩍 물어보면 되지만 재택근무에서는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화상 회의를 잡던지, 글로 열심히 풀어서 오해 없이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회사의 조직에 속해있는 느낌이 아니라 일종의 외주 개발자처럼, 기획자가 제공해주는 PRD(Product Requirement Document, 제품 요구 문서)를 보며 개발하는 모습을 보며 서비스 개발자가 아닌 SI 팀 개발자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I 개발자분들 존경합니다….)

즉,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나 조직에 대한 조직감이 필요했습니다. 일을 하는 중에 급한 이슈가 없으면 찾지 않았기에 너무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 편해도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수없이 양심과 싸우는 시간이 계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큰 회사의 비즈니스의 경우, 내가 만드는 서비스는 이미 세워진 뼈대에 살을 붙이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의미가 없지는 않으나, 하나의 서비스 정도를 설계한 경험에 나아가서 하나의 도메인을 내가 세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직 연차가 낮은 개발자이고 배워야 할 것이 많으므로 나 자신이 편하면 안된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을 진행하면서 현재 하는 일이 편해지고, 적응되면서 내가 지금 이렇게 편해도 되겠느냐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지금은 더 뛰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또한 개발자로서 좋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시니어 개발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5~6년 차의 시니어 멘토 개발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나, 대부분 회사가 그렇듯 더 좋은 개발자를 찾기 어려운 상태였기에 이러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퇴사에 대한 생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아는 지인 두 분이 추천을 해줘서 한 스타트업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시리즈 D급의 큰 스타트업 회사이며 괜찮은 비즈니스, 좋은 사람들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제안받은 팀의 팀장님은 기존에 높은 개발 연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개발을 공부하는 존경하는 리더급 개발자였고 나를 추천해진 두 분도 10년 차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좋은 개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분들, 시니어 개발자도 굉장히 잘하는 분이기에 어떻게 이런 팀을 꾸릴 수 있을까 느껴질 정도로 좋은 팀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다면, 평소 갈증을 느끼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을 고를 때 우선 순위는.

첫 번째, 비즈니스가 재밌어야 합니다. 수많은 목표 중 하나는 70살까지 꾸준히 변화에 적응하고 성장하는 개발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로 출근하는 일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언제나 일이 즐겁습니다. 물론 개발하면서 막히는 경우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지나가 보면 성장의 발판이 된다고 느낍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성장이 된다." 라는 말처럼, 좋은 시련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 믿습니다.

두 번째,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에게 가장 큰 행복은 제 주변 사람이 잘 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제가 잘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언제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고 같이 고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이 좋습니다. 좋은 시니어 개발자와 성장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좋은 회사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외국 쪽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한 번 정도는 외국에 나가서 외국의 회사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평생 외국에서 살고 싶은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나, 한 번 정도는 일해보는 것이 앞으로의 나의 경험에서나 경험적으로 좋은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업무를 한 번쯤은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가면은 한국을 제일 그리워할 수도 있지만)

그리고 마지막 순위가 돈입니다. 순위 적으로 따졌을 때도 돈은 4순위 정도 됩니다. 물론 돈이 중요하지만, 꾸준히 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쉽지 않을 정도의 돈만 있다면 그 정도로 만으로도 충분하고, 정말 큰돈을 벌 거라면 회사에 남아있는 삶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image

그러나 큰 돈은 그러한 가치를 무너뜨리긴 합니다.


이직 받은 회사는 여러 장점이 있었다.

과거, 이직에 대해 고민을 하며 이직한다면 어떤 회사로 가고 싶을까 하는 우선순위를 세웠습니다. 가장 최우선 순위는 외국에 있는 기술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술 회사이고, 그다음이 국내 IT 기업, 그다음이 스타트업이였습니다.

image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회사들.

여기서 제안이 온 회사는 스타트업이라는 기준이었고, 미국 쪽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보내서 하는 워크숍이나 여러 의사소통을 영어로 하므로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회사라 판단했습니다. 이직했을 때, 장점은 다음과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첫 번째는 뼈대를 세울 수 있는 경험입니다. 제안이 온 팀에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구성이 되어 있는 부분이 없기에 처음부터 세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부분이 매력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팀 자체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몇 분은 같이 일을 해본 경험이 있고, 몇 분은 잘하는 것으로 이미 알고 있던 분이라 같이 일을 해본다면 좋은 성장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세 번 째는 메인 서비스 자체는 외국을 준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하면서 영어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특히, 미국 워크숍이나 통역관 등이 있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해당 신규 서비스의 방향이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외국의 비즈니스와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돈도 나름 많이 줬습니다. 이 정도의 연차에서, 내 실력에서 이 정도 받아도 될까 하는 돈이었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고려하고, 긴 고민 끝에 회사에 퇴사를 이야기했습니다. 퇴사는 칼집 속의 칼 같기에 확신을 하고 뽑아야 하는데, 이때는 대략 90% 정도의 확신을 하고 뽑았던 것 같습니다.


왜 퇴사를 하지 않았는가.

퇴사를 이야기하고서.

퇴사 이후, 면담을 7번 정도 진행했습니다. 팀장님이랑 두 번, 실장님이랑 두 번, 본부장님과 한번, 기획 쪽 팀장님과 실장님과 한 번씩 면담을 진행하며 짧은 2년의 개발자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가졌습니다.

image

개인 깃, 회사 깃은 비밀. 다음 글에서 공유하겠습니다.


변화와 위기 속에 기회가 생긴다.

이직을 생각하고 있을 때, 사수님도 비슷한 시기에 나가려고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회사에서 하는 도메인을 지금까지는 두 명이 처리하고 있고, 인증이나 로그인 쪽도 담당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데 둘 다 나가는 상황이 오면 어느 정도 회사에서는 손해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부분이 퇴사를 결정할 때 고려할 측면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수님이 나가게 되면 팀에서 저보다 오래 있었던 사람은 팀장님만 남게 되는 것이고 이러한 변화가 저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력으로 가는 길은 어느 정도의 자기 색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저에게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했고, 회사의 서비스를 만들면서 나의 색을 통해서 회사와 저 스스로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비즈니스 적으로 더 해보고 싶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기업에서 중요한 부분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개발자가 회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비율로 따지면 비즈니스가 60%, 개발이 20%, 의사소통이 20% 정도라고 생각할 정도로 비즈니스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개발보다는 비즈니스를 좋아합니다. 기술적으로 더 성장할 좋은 회사가 많지만, 비즈니스로 이러한 기회에서 내 의견을 피력하며 큰 비즈니스를 만들 기회는 거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경험을 내가 체득하지 못하고 떠난다면 아쉬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현재 시점의 회사는 극심한 변화의 순간이라고 판단했고, 최근의 매각이슈가 끝나고 내부 정리가 끝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중요한 갈림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저에게 기회라고 믿습니다.

image

취미 활동인 유화, 글이 길어서 잠시 환기.

회사에서 내 색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 부분의 마무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회사에 와서 업무시간 외에 따로 투자하여 기술 블로그를 런칭시키고 현재는 활성화 관련하여 리드하고 있으며 코딩 테스트 출제 위원이나, 문화적으로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현재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고 더 나아갈 방향이 있어서 책임감을 느끼고 끝을 보고 싶었습니다.

개발자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더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너무 급하게 가지 말자는 생각을 되뇌고 있습니다. 꾸준함을 통해서 마지막에는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시작했으나 끝에서는 창대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성장과 발전을 최우선으로 지향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 분위기가 직업의 가치가 의미가 퇴색해지고 주변에 수많은 사람이 이직을 하고,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지만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저의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도 많은 피드백, 더 재미있는 비즈니스를 제공해주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그거를 믿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제가 만드는 그 비즈니스가 최고의 비즈니스가 되도록 하는 것은 저의 노력과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아쉬움이 없습니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 내가 지금 나간다면 도전이 아니라 도망이 될 것 같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진짜 눈물 흘릴 정도로 최선을 다해보고 아쉬움이 없을 때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image

천국이랑 제일 가까운 곳


나는 그래서 이렇게 일한다.

업무 스크럼을 늘렸습니다. 가장 큰 목적은 "우리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다."입니다. 신입으로서, 회사에 처음 왔을 때 혼자라는 느낌의 큰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그러한 느낌을 받지 않았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이라는 조직이라는 느낌을 못 준다면 사람들이 퇴사한다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팀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만들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크럼이 일을 위한 일이 되지 않도록, 서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같이 일하며 서로 도울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받아들이는 뜻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팀에서 사실 나이로는 가장 막내이기 때문에 더 편하게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기획자와 주간 회의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서로의 방향성을 합치는 새로운 회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한 자리에서 기존에 있었던 문제이지만 이를 일정상의 이유로 밀려진 업무들, 기획자가 원래의 일인 기획이 아니라 반복 업무로 인해 시간이 뺏기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 등을 모아서 같이 해결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회사에서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고, 이를 도와주는 역할이 개발자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로서 다른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반복적이고 의미 없는 시간을 없애주는 역할도 개발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야근하더라도 해야 하는 일이라 이해되면,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남기로 했을 때, 다른 분들에게 한 약속이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노력하는 과정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에서 방향이 이상하다면 언제든 꾸짖음과 피드백을 달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매일 성장을 하여 그런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한 부분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더 성공할 수 있도록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